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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농사 짓는게 뭐 잘못이야?

대한민국 2010년 5월, 우리는 “농사 짓는게 뭐 잘못이야”라고 절규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봄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 1일, 경기도YMCA협의회 이사, 총무들과 함께 팔당에 다녀왔다. 봄의 햇살, 바람, 공기의 신선함 속에서 더 두드러지는 농민들의 아픔과 절망,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사진 - 유영훈 대표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대위)
작년 5월에 팔당공대위를 만들었으니 꼭 1년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유영훈 대표, 지난 1년간 4차례 팔당에서 뵈었는데 오랜 기간 단식도 하시고, 갖은 고초를 당하셨지만 다행히 건강은 상하시지 않으셨다. 고통이 사람을 성숙시킨다더니 만날 때마다 전보다 훨씬 깊이 있게 유기농과 생명의 원리, 팔당의 역사에 대해 가슴으로, 몸으로 느낀 것을 생생하게 전해주신다.

사진 - 두물머리 꼭지점에 세워진 십자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 그 꼭지점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세워졌다. 두물(북한강, 남한강)이 하나로 만나는 통합과 화해의 상징인 곳에서 4대강을 살리려는 천주교 미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겨울, 강이 꽁꽁 얼었는데 봄이 되자 두물머리가 합류하는 꼭지점 부분부터 강이 녹기 시작했단다. 이 처럼 얼고, 녹고, 피고, 지고, 살고, 죽는 생명의 오묘한 섭리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지배하려는 인간의 오만과 어리석음은 언제 끝나려는가?

노골적인 국가폭력과 농민
정부에서는 4월 29일 4대강 사업에 편입된 팔당 유기농단지를 ‘강제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환경부에서는 유기농도 수질오염을 유발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보도자료에 실린 사진(강 옆에 퇴비더미가 쌓여있는)은 팔당의 사진이 아니었다.

농민들이 사진의 출처를 확인하다보니 부산이 고향인 분이 찾아낸 장소 - 부산 북구 낙동강 유역에서도 수십 km 떨어진 동네. 우리는 자기합리화를 위하여 국가가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그린벨트에 맞먹는 팔당 유기농 육성 정책
정부는 1973년 팔당댐을 지면서 수몰예정 지역의 농지를 대규모로 수용하였다. 그래서 복토된 하천부지 2m 높이의 땅, 그후 팔당은 농사 짓는 땅이 워낙 부족하다보니까 하천부지에 비닐하우스를 집중적으로 짓기 시작한다. 1975년 팔당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1995년 팔당유기농 육성책이 시작되면서 팔당은 여의도 절반의 크기에 200명의 농민이 유기농을 시행하는 유기농 단지로 변모한다.

이런 변화로 인해 수도권 유기농 시설채소의 60%를 공급하고,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농촌, 녹색체험 공간이라는 팔당의 독특한 지위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팔당의 수질도 2급수로 개선된다.

그래서 팔당 유기농 육성책은 그린벨트 정책만큼이나 미래지향적이고, 수도권 전체를 살리는 생명 존(Zone)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정부의 20년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며 농민들을 농토에서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비닐하우스, 보기싫다고?
유기농이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논리는 워낙 상식 밖이다. 유영훈 대표는 이러한 논리가 퇴비 사용으로 땅에 질소와 인을 공급하는 것은 지렁이와 미생물의 서식조건을 만들어 땅심을 키우려는 것이지만, 땅이 살아나면 오히려 퇴비의 과다한 사용이 미생물의 활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퇴비 사용을 줄이고 있는 유기농의 기본도 모르는 논리라고 한다.

또 하나 비닐하우스가 경관을 해친다는 것이다.
앞에 서술한대로 팔당댐 건설로 대규모 농지가 수용된 후 워낙 좁은 땅에 농사를 짓고, 시설채소를 집중적으로 경작하다보니 강을 따라 비닐하우스 단지가 형성되었다.

물론 최근 유기농 농민들 사이에서도 비닐하우스가 햇볕과 비, 바람 등 자연의 힘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장하는 생명농업의 원칙과 다르고, 비닐하우스를 투과한 햇볕이 환경호르몬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지재배를 고집하는 농민들이 있다.
YMCA등대생협은 노지재배를 고집하는 팔당의 농민들과 매주 채소꾸러미를 공동체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농민들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고, 노지재배로 인해 발생되는 위험(집중호우, 가뭄 등 자연조건에 따라서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을 누군가는 함께 져야 한다. 농민들의 애로와 어려움에 대해 함께 공감하는 마음과 공동해결의 노력없이 비닐하우스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애국자 농민을 쫓아내는 나라
팔당은 생명의 강, 생명의 땅이다.
그래서 경기도는 2011년 세계 유기농대회를 유치했지만 4대강 개발이 완료되면 팔당의 유기농업은 붕괴(정부에서는 대토를 준다고 하지만 유기농을 하기 위해서는 땅을 살리는데만 5년이 걸린다)된다.

식량 자급률 약 25%(사료용 포함)인 나라에서 최고의 애국자는 농민이다.
그런데 농민들, 그것도 관행농보다 훨씬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유기농을 하는 농민들이 “농사짓는게 뭐 잘못이야?”라고 절규하는 나라, 우리는 이렇게 부끄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4대강 개발현장을 국민교육의 현장으로 만들자
우리가 지금 얼마나 천박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독재보다 더 무서운 개발욕구에 휩싸여 산과 강을 파헤치고 망가트리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자기합리화를 위하여 국민을 속이며 그럴듯한 영상과 홍보, 공권력이라는 국가폭력에 기대는 집단의 종말이 어떻게 되는지.
4대강 개발현장은 국민교육의 현장으로 되어야 한다.

어른들의 무지와 폭력, 어른들의 분노와 슬픔을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가리지 말자. 4대강 개발의 결과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갈 미래세대들, 그들 스스로 보고 느끼며 자신의 삶을 옹골지게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P.S. 저항권 (프랑스 아동독본)
“6. 저항한다는 것
인생에는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그룹을 지어야만 대처 가능한 순가들이 있다. 어떤 그룹은 자기들의 신앙을 강요하기 위해 억압과 폭력을 행사한다.

또 가끔 있는 일이지만 그 사회가 병들었을 때 그사회는 희생자를 찾아 나선다. 그 사회의 모든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자 하는 <희생양>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희생양을 찾아 나설 뿐만 아니라 희생양을 살해해서 제단에 바치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이 같은 폭력 상황아래에서 공공연한 저항은 아주 위험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밀리에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귀중한 것은 공개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얼벼다고 해서 자기의 처음 견해를 꺽지 않는 일이다.“
- 민주화기념사업회, 프랑스 아동독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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