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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남한강의 눈물

남한강의 눈물
광기(狂氣)의 시대, 인간답게 살아가기


5월 13일(목) Y등대생협 4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4대강 공사현장을 다녀왔다. 팔당을 여러번 들낙거리고, 언론과 책을 통해 4대강 문제를 상당히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공사현장을 직접 보니 가슴이 메어진다.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한국 토목공사의 가속페달 앞에서, 이 광기(狂氣)의 시대에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처참한 몰골로 바뀐 금은모래 강변
신륵사에 들어서자 다양한 걸게그림과 현수막이 우리를 맞이한다.


수경 스님이 계셔서 유명해진 여강선원은 컨테이너 시설이라 며칠 지나자 다들 아토피가 심해져 그 옆에 천막 텐트를 쳤다고 한다.
수경 스님은 몸이 많이 안좋으신데 공사가 24시간 진행되어 밤에도 포크레인과 공사 소음으로 (귀마게를 해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단다.

현장 방문은 신륵사 입구의 정자, 강월헌에서 시작했다. 강월헌 맞은 편은 여주의 유명한 금은모래 강변이다. 그런데 그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처참한 몰골만 드러나 있다.


준설을 위해 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다.
물을 막고, 양수기로 오른편으로 옮긴 후 바닥이 드러나면 준설공사를 하는데 현재 2m인 수심을 6~7m로 만든다고 한다.
농성하던 분들이 가물막이 공사 끝지점에서 수달서식지를 발견한 후 몸으로 공사를 막았더니 힘으로 몰아내고 철조망을 설치했는데 전기가 흐른다고 한다.
 
2m인 수심을 6~7m로 만든다니 그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대운하를 위해 큰 배를 띄울 생각이 아니면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6~7m까지 파낸 퇴적토 처리도 문제이다.
공사현장 근처 농지 곳곳에서 엄청난 높이로 쌓고 있는 퇴적토를 볼 수 있는데 당연히 그 논과 밭은 쓸 수 없다. 논과 밭의 주인에게는 임대료로 농사짓는 소득보다 높게 보상을 해준다니 농사를 안짓고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인지는 모르나 식량자급률 25%인 나라에서 농사를 이렇게 함부로 취급하는 무지에 숨이 턱 막힌다. 

또 퇴적토를 보관하는데 드는 농지수용 임대보상금은 4대강 공사비용 22조원에는 포함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한단다. 복지증진과 환경개선, 교육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사용해야할 국민 혈세가 4대강 연관사업으로 이렇게 저렇게 쪼개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밝히는 흰목 물떼새

3월부터 여주에 있다는 환경운동연합 정나래 간사.
갸날픈 여성이 단단하고, 야무지게 남한강 공사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

“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한국 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강을 살린다고 하면서 수질악화로 죽어가는 지천은 놔두고 수실이 좋은 본류를 공사한다.
보통 선진국은 이 정도 규모의 공사는 10년간 걸리고, 이를 위한 환경영향 평가는 2년간 한단다. 그런데 우리는 2년만에 공사를 완료한다고 하면서 환경영향 평가는 겨우 4개월만에 끝냈다.
그러다보니 단양 쑥부쟁이, 표범장지뱀 등 멸종위기종을 발견해서 가져가도 환경영향 평가 때는 못봤다는 종이 수두룩하다.“

마침 5월 14일자 한겨레 신문에는 남한강 한강 6공구에서 멸종위기종 11종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6종은 정부 환경영향 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멸종위기종인 단양 쑥부쟁이, 표범장지뱀이 발견되어 유명해진 도리섬.
멸종위기종을 발견했어도 공사는 강행되어 단양 쑥부쟁이 서식지만 푸른색 그물망으로 덮어놓았다. (사진 - 강을 모시는 사람들, 단양 쑥부쟁이를 옮겨 심기 전)
이곳에서 발견된 단양 쑥부쟁이(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에만 있음)는 무려 10만본이었는데 현재는 모종 심듯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정나래 간사는 단양 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의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도리섬에서 7박 8일간 농성을 했는데 공사가 강행되는 절망감 속에서도 새벽녘, 알을 낳으려 온 조그만 흰목 물떼새 두 쌍을 보면서 남한강이 생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자기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온 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도리섬 - 맞은편에서 공사현장이 안보이게(공사현장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버드나무 한 줄만 남기고 뒤편은 다 깍아내버렸다. 4대강 현장은 이렇게 눈속임과 편법이 난무한다.


하중도, 새가 쉬는 공간이자 지천에서 내려온 더러운 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하중도가 지저분하다면서 공사과정에서 다 들어낸다고 한다.

강을 죽이면서 살린다고 하고, 댐을 보라고 하는 정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남한강에 건설 중인 3개의 보(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중 가장 규모가 큰 강천보였다. 현대건설에서 건설 중인 강천보에 가자마자 모두 말문이 막혔다.


높이 8m의 거대한 구조물, 이것이 보라니!
남한강 본류는 수질도 좋고, 홍수가 난 적도 없다. 그런데 이 거대한 구조물을 왜 남한강 본류에 세우는가?
강천보 공사현장은
넓고 푸른 남한강을 가물막이 공사로 다 막고, 강은 한쪽에서 조그만 개천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사 현장 곳곳에 ‘4대강 살리기’‘한강이 살고, 사람이 살고, 지역경제가 살아납니다.’ 같은 거짓구호가 붙어있다.
이제는 말이 진정성을 상실하고, 사람을 현혹하기 위한 광고문구로 전락했다. 믿음을 상실한 언어는 그저 포장과 설득의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후대에게 이 시대는 어떻게 기억될까?
아름다운 곡선이 직선으로 변하는 과정, 자연스러움이 파헤쳐지고 훼손되는 장면,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고치고 바꿀 수 있다는 오만, 속도와 힘으로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결과주의, 우리는 개발, 물질만능, 속도라는 광기(狂氣) 속에 살아간다.
 
그 현장에서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온 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수경 스님, 지관 스님, 정나래 간사와 수많은 사람들. 
밤낮으로 진행되는 4대강 공사 속에 그들은 분노와 규탄, 절망과 아픔, 희망과 무력감 속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저 사라지고 뿌리 뽑히는 뭇 생명들과 함께,

그곳을 방문한 우리 역시 분노 만큼이나 아픔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나치의 광기 속에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유태인 고아들에게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게할 수 없다.”며 함께 열차에 올라탔던 교육자이자 의사였던 야누쉬 코르착이 떠올랐다. 
그가 아이들과 함께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열차로 다가가던 장면이 자꾸 눈에 어렸다.

많은 순간 힘과 권력은 우리를 꺽고 그들의 목적을 이룬다. 그리고 돈을 위해, 권력을 위해 그것에 환호하며 박수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인간의 진정성과 선한 의지를 꺽을 수 없다.
때로 그 선한 의지가 패배하더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역사는 다시 시작된다. 무력감과 좌절감 속에 그 자리도 못 만든 자는
후대가 까치발로 설 수 있는 디딤돌도 놓치 못하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

P.S, 남한강 진행상황과 사진, 자료는 ‘강을 모시는 사람들’(cafe.naver.com/for4river)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격려의 말 한마디씩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