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이야기

투표율, 스웨덴 80% vs 한국 60%

투표율, 스웨덴 80% vs 한국 60%
투표율 80%의 스웨덴, 그 비결은?


  4대강, 학교급식 등 첨예한 사회적 쟁점 속에서 6.2 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지방선거 투표율은 2002년 48.9%, 2006년 51.6%로 유권자 절반만이 투표에 참여하여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일각에서는 “투표율 하락은 선진국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냉소적인 자위를 하는 것도 사실이나 사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정당관계자와 이해당사자가 선거결과를 좌우하게 되고, 이것은 또 다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지난 3월 18~19일 양일간 한국-스웨덴 민주시민교육 국제심포지엄이 선거연수원 주관으로 개최되었는데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을 간단하게 나누고자 한다.

투표율 80%의 나라, 스웨덴
<표 1> 스웨덴 역대 의회 및 지방자치단체 선거 투표율

   의 회  광역자치  기초자치
 2006년  82.0  78.8  79.4
 1986년  81.4  78.1  78.6
 1991년  86.7  84.0  84.3
 1982년  91.4  89.8  89.6

표에서 보듯 스웨덴 투표율은 70년대~80년대 초반은 90%대에 이르다 80년대 중반부터 80% 대를 기록하고 있다. 80% 이상의 투표율은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의무투표제를 도입하는 나라 외에는 스웨덴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비결 1. 시민교육이라는 뿌리
  스웨덴은 인권, 평등, 정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높은 정치의식이 민주시민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스웨덴에서는 수많은 학습동아리(Study Circle)과 시민학교(Folk High School)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스터디 서클은 다양한 세미나, 토론, 시민의식, 환경, 문화, 체육, 예술, 여가, 학습동아리 활동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참가자 수가 201만명(2006년), 202만(2007년), 190만명(2008년)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학습활동이 토대가 되어 스웨덴의 16~29세 청년의 40%가 1개 이상의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75세까지 성인의 90%가 1개 이상의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한 참가자의 말처럼 “시민교육이라는 잔뿌리가 선거라는 제도를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정치발전 나아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비결 2. 정치적 효능감의 차이?
<표 2> 한국과 스웨덴의 각종 사회발전 지수

 구 분 여성의석
(%) 
 남녀평등지수
(GDI, 2006)
인간개발지수
(HDI, 2006) 
국가청렴도
(2007) 
국가투명도
(2007) 
행복지수
(2007) 
 스웨덴  47.3  5위  5위   1위  4위    7위
 한  국  13.4 25위  26위 43위  42위  32위

토론회에서 부경대 이헌근 교수는 위 표를 예로 들면서 양성평등, 인간개발, 국가청렴도와 투명도 등 사회의 질적 발전이 다양한 계층을 정치적 참여로 견인했다고 했고, 쇠데르텐대 최연혁 교수는 이를 ‘참여를 통해 정책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 즉 정치적 효능감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지난 총선 뒤 한국 선거학회에서 실시했던 여론 결과에 따르면,
“선거가 유권자의 의견을 대변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비율이 38.5%,
“우리 민주정치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34.5%,
“의견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비율이 28.9%

그야말로 한국은 정치적 효능감은 커녕 정치적 불신이 팽배해있는 상황이다.

대안은 있는가?
  한마디로 바닥부터, 천천히 변하지 않으면 대안은 없다.
  “경제적 고속성장은 있어도 정치적 고속성장은 없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스웨덴 노동자교육협회 페테르 베르네르 이사는 “민주주의는 과정이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한가지 흥미있는 점은 스웨덴 참가자들은 투표행위를 ‘정치적 습관(Political Habit)’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19세~20대 중반의 청년은 일반유권자에 비해 5~8%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다고 하지만 청년들이 정치적, 사회적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또 한가지 점은 이들의 말 속에서 ‘비판적 시민의식(Critical Citizenship)’을 아주 쉽게, 많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약간의 거부감으로 받아들여지는 비판적 시민의식을 이들은 시민됨의 일차적 조건으로 보고있다. 결국 개개인의 강한 시민들이 모여 강한 국가를 만들다는 단순한 진리를 스웨덴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