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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포복절도, 책읽기

포복절도, 책 읽기

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 문지스펙트럼


“왜 모든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정작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까?”
이 모순적인 상황에 아주 쉬운 답을, 아주 기막힌 방식으로 풀어놓은 책이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이다.

책을 넘기자마자 만나는 문장 “부디 이 책을 강압적인 교육의 방편으로 삼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ㅎㅎ, 이 문장은 조금 지나 다른 문장과 조우한다.“교육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훌륭한 교사였던가!”

그렇다. 단순한 진리를 상실한 우리는 삶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서 상실된 진리의 자리에 스스로 생산한 복잡하고, 요상한 논리로 가득채운다.

아이들이 왜 책을 싫어하는가, 심지어 증오하는가?
어렸을 때 이야기 듣기는 아무런 댓가도 요구되지 않는 부모의 선물이었다. 그래서 모든 아이는 이야기를 사랑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자 부모와 교사들이 ‘고리대금업자’와 같이 얄팍한 ‘지식’을 밑천 삼아 서푼어치의 지식을 꿔주고 이자를 요구한다.

“물론 학생들은 책 읽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책에는 모르는 말이 너무 많다. 페이지가 너무 많다. 그것은 일고의 여지도 없는 결정적인 사실이다.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 손들어봐’라고 교사가 말했을 때 무수히올라오는 손만 보아도 알 수 있잖은가.
지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손을 들지 않는 축들은 그런 질문에 아예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그런....이걸 어떻게? 어른들이 할 일은? 그저 책을 읽어주면 된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책을 골라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크게 소리내어

읽는 것.
............ 처음에 아이는 제 귀를 의심할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그토록 호되게 데었으니 이야기가 왜 아니 무섭겠는가?“ (본문 중에서)

도대체 책 읽는 것만으로 기적이 일어날까?
그 기적을 드러내기 위해 저자는 시인 조르주 페로스의 제자였던 한 여학생의 경험을 인용한다.
 
화요일 아침, 페로스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섰다. 녹이 슨 파란색 오토바이를 타고 추위와 바람을 뚫고 달려오느라 머리는 온통 헝클어져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구부정한 어깨에 선원용 외투를 걸치고, 파이프를 입에 물거나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러고는 가방 속의 내용물들을 책상 위에다 와르르 쏟아놓았다.” (본문 중에서)
그 내용물은 온갖 종류의 책이다. 페로스 교수는 그 중 책 한 권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읽어준다. 그럼 그 학생들은 장엄한 고대의 광장, 거친 바다의 항해, 격렬한 사랑의 환희와 슬픔에 함께 빠져든다.

이어서 독서기피증에 걸려 있던 서른다섯 명의 학생들과 책읽기 수업을 했던 저자의 경험이  포복절도하게 그려진다. 아 글을 이렇게 맛깔나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들도록,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딸이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었다. 그런데 “이제 다 컸으니까”하는 생각에 책 읽어주기가 귀찮아지고, 그래서 딸과 티격태격하던 때에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생각하니 (남보다 글 배우는게 늦어) 책을 부담스러워하던 딸이 아빠가 읽어주던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무려 700쪽에 달하는!)를 혼자 다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이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책을 들고 아이 머리맡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