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이야기

시민교육 - 갈등사회를 넘어서(Beyond Society in Conflict)

2010년 10월 20일(수)부터 23일(토)까지 시민교육 아태대회(Asia-Pacific Forum on Civic Education)가 창원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아태대회의 핵심섹션에 해당하는 21일(목) 오전의 발표내용입니다.

갈등사회 속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시민교육 
 (Civic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in a Society in Conflict)


시민교육을 통해, 분쟁에서 지속가능성으로
라일라 버그
(LYLA BERG, 미국 하와이주 하원의원)

교사이자 교장, 현재는 하와이주 하원의원
하와이는 미국에 의해 불법점령됐고 여왕이 쫓겨났다. 그래서 하와이 원주민들이 미 연방정부에 대해 공식사과를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하와이는 조상 중시, 협동문화 등 사실 서구보다 아시아와 유사하다.

시민교육은 관계를 만드는 것.
교사에게 바라는 3가지 요소이자 시민교육의 3가지 목표는 첫째, 정체성이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는 백인도 아니고 동양인도 아니다 하지만 하와이인이고, 다문화라는 이해가 있다면 정체성이 형성된다. 둘째, 포용력과 통합력. 셋째, 영향력. 사회발전을 위해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하와이 어로는 empowerment가 influence와 동의어로 쓰인다.

교사는 교육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질문해야 한다. 자신의 전공과목에 대해서, 교실을 관리하는 것, 의사소통의 기술만이 아니라 질문의 폭을 넓혀서 너는 무엇을 잘하니, 어떤 재능이 있니,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용, 공연예술, 행위예술은 교육에서 핵심부분을 차지한다. 

2010년 시민교육 아태대회의 의미
자파룰라 칸
(Zafarullah Khan, 파키스탄 시민교육센터 사무총장)

이번 섹션을 보면 시민교육, 지속가능한 발전, 갈등사회의 세요소, 세가지 개념을 각각 살펴보면 시민교육은 하나의 화폐로 생각한다. 공동체와 국가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화폐, 세계적인 이니셔티브에도 참여하게 하는 화폐, 지식. 능력. 스킬.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화폐이다.
질문을 할 용기, 팀워크, 협동정신, 마음의 습관, 서로에 대한 관심,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  이런데 쓰일 수 있는 화폐가 없다면 시민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살리지 못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과거에는 생태학적인 맥락에서만 생각하고, 환경의 각 요소를 신중하게 사용해서 미래세대에 피해가 되지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시민교육과 연관해서 생각하면 입헌주의, 법치주의, 심화된 민주주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꿈이 탄생할 수 있는 것, 시민중심의 제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이다.

갈등사회는 갈등이 전쟁, 폭력을 뜻하는 것이고 평화로운 사회로만 나가게 되면 갈등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너무 단순한 이해이다. 귄위주의와 독재정권에서 민주주의로 나아가면 갈등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너무 단순하다. 거기까지 나가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가능하면 더 좋은 상황으로 나아가는 것은 천천히,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세계화 사회에서 갈등은 항상 존재한다. 전통과 현재, 통제된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개방된 민주주의와 폐쇄된 민주주의 사이의 갈등이 있다. 파키스탄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천천히 민주주의로 나아갔지만 거기에 따른 실패도 겪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가 있었다면  뒤로 후진하는 시기도 있었다. 시민들도 이러한 전 과정을 하나의 포괄적인 학습기회로 여길 수 있다. 이 문제를 문화다양성, 다양한 문명의 경험, 민주주의의 역동적 제도를 포함해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풍부한 전통으로 만들어지고, 자기만의 의미로 확대될 수 있다.

교실에서 만나는 시민교육을 통해 교실을 새로운 생각과 창조성의 실험실로 만들 수 있다. 사회발전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 갈등해소를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알게 할 수 있다. 또한 정보기술과 IT의 발전으로 논쟁을 풍부하게 하고, 서로로부터 배울 수 있다. UN에서는 9월 15일을 세계 민주주의의 날로 정했는데 민주주의는 체제가 있고, 투표가 있고가 아니라 민주주의 문화와 정신이 있어야 한다. 모든 국가들이 각자의 시스템과 상황이 있지만 그럼에도 공유하는 핵심가치가 있다. 모든 문명이 공통적으로 소중히 발전시켜야 하는 성평등,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자유, 평등, 권리부여, 풀뿌리 민주주의 등의 가치가 있다.
 
파키스탄은 법치주의를 위해서 싸운 나라이다. 시민교육은 파키스탄에서는 평화적인 변화를 위한 촉매제로 역할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구의 약 60%가 30세 미만의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파키스탄의 미래인데 이들의 재능을 일구도록 하고, 희망을 위해 일하는 기회를 주고,  이들의 잠재력을 실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와 민주시민교육
박재창(아시아 태평양 YMCA  회장)

민주주의를 한국에서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차원에서 시민교육밖에 없다. 과거에는 경제가 발전하면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경제가 발전해도 민주주의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이상 심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외적 요인으로 근본적인 변화는 한국이 보다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자 하는 그때에 지구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것이 자본과 노동사이의 교섭의 파워에서 격차를 만들었다. 자본은 국경을 돌아다니지만 노동은 그렇지 못하니까 자본과의 협상에서 약한 위치에 있고, 자본은 다원적 민주주의에 의해서 공존의 방식을 찾는 것을 외면하게 된다.
세계무역질서를 다국적 기업에서 좌우하게 되고, 지구시민으로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발언권이 민주적으로 발현되고 있지 않다. 신자유주의가 되면서 국가의 주체로서의 시민이 아니라 고객으로서 시민을 바라보게 된다.
IMF, WTO 같은 지구정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자국민의 자치적인 의사결정의 범주를 넘어서는 국외적인 간섭이 심화되었다.

한국의 경제발전, 정치발전은 소위 모방발전의 결과였다. 서구발전의 결과, 특히 미국을 잘 지켜보고, 모방발전의 전략을 지혜롭게 채택했지만 당시의 환경적 조건이 모방발전을 허용하거나 지지하는 환경적 조건이 갖추어져있었다. 하지만 지구화시대에서 과거같은 모방발전이 더 이상 채택되지 않는다. 미국에 의존하는 발전체제의 유용성이 더 이상 없다.

국내적으로는 정보사회가 전 지구적으로 앞선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충격이 크고,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순차적인 발전이 아니라 지나치게 빠르게 진입하면서, 중층적으로 공존하는 구조적인 모순과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는 격차가 심한 사회이다.
정보사회가 구조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은 국가가 사회적 갈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렵다. 관료적인 국가체계, 대의제 민주주의의 구조적인 한계가 더 심화되고, 정당이 정보사회의 신속성과 광역성을 커버하지 못하는 한계, 이런 한국사회에서 모순의 극적인 상황이 촛불집회이다. 국가기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시민들의 참여욕구 사이의 격차가 갈등 요소의 하나다.
 
결국 시민참여를 위해서 시민사회가 발전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얼마전까지 우리가 NGO의 광범위한 발전을 보며 흥분하기도 했는데 사실 지금 돌아보면 시민사회가 왜, 어떤 양식으로 정치발전을 가지고 오느냐에 대한 심각한 고려는 없었던 것 같다.

또 한 측면으로 보면 참여민주주의를 생각할 때 참여적 공간이 생기면 진지한 참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가정했는데 참여 자체, 참여과정에서 얼마나 민주주의의 철학적 원리에 맞게 토론하고, 담론을 형성하면서 공공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을 세심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엘리트 중심 정치에서 시민중심 정치로 전환하는 것이 민주주의 심화를 위해 현단계에서 중요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시민은 단지 법률과 제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시민권이 아니라 역사적 활동을 통해서 실질적인 시민, 존재론적 시민(Existential Citizen)이다. 이러한 시민은 그냥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의도로 길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핵심적인 과제이다.

- 우리사회의 제도적인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자리잡았지만 실질적인 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은 쉽지않다.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의 지체와 퇴행을 매일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민교육이 어떠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과거 군사독재 시절 민중교육이 시민들의 에너지를 모아내는데 했던 역할을 과연 오늘의 시민교육이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와같은 쉽지않은 질문 앞에 서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실천적인 답변을 만들어야 하는 길목에서 서성거린다. 우리가 오늘 놓는 시민교육의 발걸음이, 내일 어떻게 평가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