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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아무 것도 없는 마을에서 일본 최고의 마을로

아무 것도 없는 마을에서 일본 최고의 마을로
-일본의 에너지 자립마을, 구즈마키를 가다.(2)-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마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철도나 고속도로도 통하지 않고, 골프장도 없고, 온천도 없고.....일본 어디를 찾아봐도 이런 마을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마을을 활성화할 것인가? 끝없는 논의를 거쳐 마을의 기간산업인 낙농업을 더 활성화시키고, 농산물도 어렵기 때문에 산포도를 이용해서 와인을 만들고, 풍부한 자연환경인 바람과 햇볕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구즈마키 에너지과 히나타 신지 씨의 말입니다. 


<지열, 태양열과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 제로 하우스>

밀크, 와인과 클린 에너지의 마을
구즈마키는 인구 7,700여명, 면적 443.99km2, 이 중 산림이 86%, 마을의 중심부가 북위 40도에 맞추어져있는, 고도 1000m에 위치한 산골 마을입니다. 구즈마키의 기간산업은 낙농업과 임업으로 낙농업은 120여년부터 시작하였는데 현재 젖소 11,000마리로 사람보다 젖소가 더 많다고 합니다.

현재는 “밀크, 와인, 클린 에너지”의 마을로 잘 알려져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낙농업의 쇠퇴로 어려움을 겪던 80년대 중반 마을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산업폐기물 쓰레기 처분장을 건설하자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이를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간의 갈등이 격화되었습니다.
그러다 산업폐기물 처분장을 반대하는 측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마을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나카무라 테츠오 정장을 비롯해 오늘의 구즈마키를 가능하게 한 지도자들이 시도한 마을 활성화 계획은 두가지로 진행됩니다.
첫째, 마을의 기간산업인 낙농업을 중심으로 제3섹터 방식의 마을 활성화 전략을 시도하게 됩니다. 제3섹터란 공기업도 아니고 사기업도 아니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사업체 방식으로 유럽과 일본 등에서 10여년 전부터 확산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제3섹터는 낙농업 농가를 지원하기 위하여 축산개발공사(약칭 ‘고원목장’)을 만들어 젖소가 새끼를 낳으면 2년 동안 육성하고, 임신시켜서 목장에 돌려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 사업은 농가소득 증대로 일본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제3섹터는 구즈마키 고원식품 가공주식회사(약칭 ‘구즈마키 와인’)로 산 포도를 사용하여 와인과 쥬스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숙박시설로 저희가 묶고 있는 ‘그린 코티지’도 제3섹터 운영방식의 숙박시설이라고 합니다.
왜 그렇게 다양한 사업을 제3섹터 방식으로 운영하냐고 질문했더니 “시골지역이라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하여 사기업이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마을의 자원으로 투자하여 새로운 사업체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제3섹터를 통해서 마을 활성화와 특성화, 고용창출의 이점을 잘 살려가고 있었습니다.


< 제 3섹터 방식으로 운영되는 그린 코티지, 장급 호텔인데 깨끗하고 종업원들의 열의가 느껴집니다>

<8월 31일 저녁식사, 일본을 여러 차례 왔지만 이렇게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은 적은 처음입니다. 물가가 워낙 비싼 일본에서 그래도 시골이라 이 정도 식사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늘과 땅 사람의 은혜를 살려서

두 번째가 신에너지 도입입니다. 구즈마키 마을에는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 태양광 발전, 축산분뇨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못쓰는 나무를 활용한 나무펠렛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기본이념이 “하늘과 땅, 사람의 은혜를 살려서”라고 말합니다.
하늘의 은혜는 자연인데 그 중에서도 바람, 태양광, 열을 말합니다. 땅의 자원은 1차 산업에서 얻어지는 것인데 축산분뇨라든지 산림자원을 말합니다. 사람의 은혜는 구즈마키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역사, 문화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 세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클린 에너지를 도입하고 매력있는 마을로 만들어가자는 계획이 마을 활성화의 기본 계획으로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구즈마키 마을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실제 사용량의 160%, 에너지 자립은 70%에 달한다고 합니다.
“식량자급률 180%, 전기 자급률 160%” 이들이 힘주어 말하는 내용입니다.

일인당 전략사용 2005년부터 한국이 일본 앞질러

다음으로는 한신대 이상헌 교수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시대’를 주제로 발제하였습니다.
그런데 놀란 것이 한국과 일본의 일인당 전력사용량을 대비한 자료인데
2000년 한국 5,575kwh 일본 6,602kwh로 일본이 훨씬 높았던 소비량이
2005년을 기점으로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하여
2005년 한국 7,403kwh 일본 6,922kwh
2006년 한국 7,702kwh 일본 6,970kwh 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국이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나라입니다. 이헌석 대표(에너지정의 시민행동)에 따르면 에너지 자립도가 한국은 2%, 일본은 4%라고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석유피크를 2010년~2015년으로 예상하고 이후 석유가 폭등 등 심각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자립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미비한채 현재 20개인 원자력 발전을 2022년까지 32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후에는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에너지를 종축으로 공동체성을 횡축으로 하여

                자립형
       B                     A

경쟁사회                        평등사회

       C                     D
                의존형

A, B, C, D 네 개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는데


< 게이센 대 타카하시 교수의 시나리오 발표 모습 >
 
A그룹(에너지 자립이 높고 평등사회)은 가장 좋은 시나리오 같지만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 차별이 없는 대신 규율과 강제가 많았습니다.
B그룹(에너지 자립은 높은데 경쟁사회)는 제가 참여했는데 고도로 전문화된 개인들과 소기업이 중심이 된 에코마을이지만 돈없는 사람은 살기 어려운 사회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C그룹(에너지 의존형이고 경쟁사회)는 현재 일본과 한국의 모습이 많이 중첩되어 있었습니다.
D그룹(에너지 의존형이고 평등사회)는 현재 방문 중인 구즈마키와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시골지역에서 큰 격차없이 살고 에너지 자립성도 높지만 그 자립의 기반이 국가의 보조로 이루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p.s 한국에 돌아가면 어차피 바뻐서 매일 업데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워크숍이 밤 늦게 까지 진행되어 매일 하기는 어렵네요. 다음은 현장탐방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