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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부천, 4대강 반대 30일 단식농성 시작

가장 나쁜 정치는 백성과 다투는 것이다. (史記)
부천, 4대강 반대 30일 릴레이 단식농성


이포보, 이 시대의 바벨탑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래 팔당과 여주를 5~6차례 오갔습니다.
그런데 식량자급률 25%의 나라에서 “제발 농사짓게 해달라”며 울부짓던 팔당 농민들의 절규를 접하며 찢어졌던 가슴 만큼이나 공사 중인 강천보, 이포보를 바라보며 느꼈던 황당함과 답답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멀쩡한 강을 파내고, 높이 8m, 6m의 보를 쌓는 공사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뿐 아니라 공사가 끝난 후 남한강의 수려한 경관이 어떻게 변질될지 가름하기 어려웠습니다.

< 강천보 공사현장>
현재 우리가 처한 지구온난화 위기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오만과 과학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하고, 우리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남한강 한가운데 높이 솟은 이포보,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는 저 철골구조물은 바벨탑과 같이 인간의 오만과 독선을 흉물스럽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포보, 농성 한달
환경운동가 3명이 이포보에 올라간지 한달이 됩니다. 또 올초에도 20여일 단식을 하셨던 팔당공대위 유영훈 대표가 서울국토관리청 앞에서 다시 단식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됩니다.
그런데 정부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역주민들을 부추켜 쌍소리가 난무하고, 갈등을 증폭시킵니다.

4대강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포보에 올라간 농성 방식을 놓고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결연하고, 절절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이 그저 등돌리고 앉아서 오히려 포크레인을 더 고속으로 운행하는 냉담함에 놀라울 뿐입니다.

소수자의 목소리, 절절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닫는 것은 이미 국가가 아닙니다. 이포보에 올라간 사람은 국민이 아닙니까? 수변구역에서 농사짓는 사람은 국민이 아닙니까? 가치와 생각, 행동과 방식이 자신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일단 진지하게 그것을 경청하고, 대화하는 것이 국가가 갖추어야할 기본요건입니다. 모든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가 있는 것이지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토건족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토건족은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는 세력입니다. 고속성장의 그늘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말살하고, 속도전으로 자연을 파괴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 나라의 인프라를 만들고, 이 나라를 이만큼 먹고살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세력입니다. 이것이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통해 저 토건족은 역사적 심판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개발과 성장의 시대에 형성된 논리와 근거, 사고와 행동을 소프트와 유연성, 환경과 문화의 시대에 그대로 답습하는 저 유치함과 무지는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손가락질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것입니다.
오늘이냐? 몇주 후냐? 아니면 몇년 후냐?의 문제일뿐 4대강에 쌓아놓은 콘크리트와 철골구조물을 뜯어내는 것은 결국 시간의 문제이고, 그 순간 저 토건족의 후예는 이 땅에서 발붙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4대강, 이 시대의 아이콘
4대강은 우리가 원하든 않든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아니, 많은 국민은 원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밀어붙여서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이 시대의 아이콘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미래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현재 일방통행, 밀어붙이기,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4대강 현장에서 아름다운 곡선은 직선으로 바뀌고, 문화재는 파괴되고, 농민들은 쫓겨나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고치고 바꿀 수 있다는 오만, 무리를 해서라도 속도와 힘으로 밀어붙이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결과주의, 개발과 물질만능의 사고가 가득차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공정이 30%나 진행되었는데 이제와서 어쩌냐?”하는 뻔뻔한 말을 눈하나 깜짝 안하고 토해냅니다.

그리고 이것은 군사독재와 중앙집권적 고속성장을 거쳐왔던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사회가 이 질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개발과 물질만능, 속도전과 밀어붙이기, 결과주의, 뻔뻔함,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정부의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이러한 속성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4대강은 우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신을 파헤치고, 능멸해도 묵묵히 슬픈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 4대강 반대, 부천지역 30일간 릴레이 단식농성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