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

좌충우돌, 몽골 남고비 사막 여행기(1)

다른 세기(Century)로의 여행


6월 25일(금) PM 9 : 15
울란바타르로 출발하는 비행기가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6. 2 지방선거로 정신없이 지내다 선거가 끝나자 밀린 일이 한더미...
6월 24일 저녁 늦게 짐보따리를 꾸리기 전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은 역시 우리를 가볍게 하고, 자유롭게 한다.
“이렇게 정신없어 여행이나 가겠나?”하던 생각이 “초원과 하늘, 끝없는 지평선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기대”로 슬며시 바뀌더니 살짝 가슴도 설레인다.

인천공항 오후 7시, 홍성에서 재판이 있어 늦겠다고 걱정하던 김동섭 변호사까지 무사히 합류, 21명 전원이 정각에 모이니 출발이 산뜻하다.

사실 이번 여행은 오래전에 계획된 것으로 대장을 맡으신 박종훈 원장께서는 자신의 경험을 종합한 글 <몽골 남고비 여행 상상하기> 1~6과 에필로그를 Y홈페이지에 올리시기도 하셨고, 추천도서도 몇 권 있었지만 박원장님 글과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한 권을 겨우 읽었다.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복사해 온 글과 자료를 뒤적이니 몽골을 “다른 나라라기 보다는 다른 세기(Century)로의 여행"이라는 표현, "몽골 사람들은 스스로를 5 동물(말, 소, 양, 염소, 낙타)의 사람이라고 부른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몽골은 인구 3백만명, 한반도의 7배 크기라고 한다.
이 수치만 들여다봐도 좁은 땅에 북적거리며 사는 우리와 얼마나 다를지 상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남고비에 가서 하루종일 가도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300~400km를 가도  차 2~3대를 만날까 말까 한 경험을 하다보면 그 허허로운 규모에 압도당하게 된다.

충격, 분노와 사랑이 뒤섞인 로보트 태권 V


< 남고비 여행을 함께 한 89년산 체코산 버스 >
- 엔진은 열받을까봐 열어놓았고, 시동을 수동으로 건다. - 사진에서는 왼쪽 조수석 창문이 달려있는데 출발한지 몇 시간 만에 창문이 뚝 떨어져 날라갔다. 우리는 너무 놀래서 서로 쳐다보는데 운전수와 가이드는 별일 아니라는듯 태연하다.
- 창문이 없으니 시원하게 바람은 잘 들어온다. 창문없이 다니다가 비가 잠깐 내리니 조수석에 있던 바타르가 테잎으로 창문을 막았는데 얼마나 꼼꼼하게 막았는지 창문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 수동으로 시동거는 모습 >
옆에 있던 허상보 원장님께서 "예전에는 소신여객도 다 이렇게 다녔는데" 하신다. 

자동화된 차량에 비해 낡기는 했어도 소련산, 체코산 단순한 구조의 차량이 문제가 생겨도 운전자들이 직접 고칠 수 있어 인기라고 한다. (하지만 저희는 7번이나 펑크나고, 팬 벨트도 한번 끊어지고...5번까지는 잘 참았는데, 6번째 되니까 무거운 침묵~ 휴~)

하지만 제가 붙인 별명 ‘로보트 태권 V' - 70년대 세계를 주름잡았지만 이제는 노쇠해서 녹슬고, 기력이 떨어졌어도..... 그래도 태권 V.

사실 이번 여행은 로보트 태권 V 때문에 울고, 웃고, 놀라고, 감탄하고 했다.로보트 태권 V가 없었으면 이번 여행의 강렬한 인상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다시는! 로봇 태권 V와 함께 고비사막으로 떠나고 싶지는 않다. 

이번 여행 중 인상적인 사람이 버스 기사님이다. 매일 한두번씩 생기는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인상한번 안쓰고 일을 처리하고, 항상 열악한 상황을 몸으로 대처해서인지 맥가이버같이 못하는 일이 없다.

제3세계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울란바타르의 경계를 벗어나니 드넓은 들판에 드문 드문 게르가 보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