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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나는 나인가?

나는 나인가?

작은 교회 김영운 목사님을 만나면서 에니어그램을 접하기 시작한지 약10년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4월 22일~23일 볍씨학교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에니어그램 수련에 참여하면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새롭게 느낀 시간이었다.

원래의 나, 현재의 나
에니어그램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둥근 원과 같이 완벽한 상태로 태어난다. 하지만 만 3살이 되면 원래 모습의 1/3로 줄어들고, 만 6살이 되면 1/9이 된다.

빙산은 물밖으로 나와 눈에 보이는 부분이 전체의 1/9이라고 한다. 빙산과 같이 참된 자아의 8/9는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는데 그 8/9를 탐색하는 과정이 에니어그램이다.

자기발견의 첫걸음은 만 6세로 돌아가 처음 받은 상처를 되살리는 것이다. 그 상처는 주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부정적인 아버지, 부정적인 어머니, 부모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아버지 어머니 모두 긍정적인 아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9가지의 조합이 9가지 유형의 인성(personality)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내가 맛본 자유
처음 받은 상처를 되돌아보면서 얼마나 슬프던지, 에니어그램 1번 유형인 나는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참 많았다. 아버지가 싫고, 무섭고, 그런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나는 잘 하려고, 아버지처럼 안되려고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다.

처음 만 6살 때의 상처를 떠올리는데 얼마나 아프고, 슬프던지...아마 혼자서 기억을 되돌아봤으면 쉽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가 많은 1번, 4번, 5번 유형이 같이 과거를 회상하니 서로의 슬픔, 서로의 상처, 서로의 아픔이 동화되고, 느껴지며, 서로가 치유되는 시간이 되었다.

과거를 어른과 아이가 같이 돌아보는 것도 얼마나 좋던지, 어른은 아이를 통해서 만 6세의 기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부모의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아이는 어른의 아픔을 보면서 어른들도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동정이 아이를 성숙하게 할 수 있다. 그 슬픔 속에서 40대 중후반이 되어서도 6살의 내가 내 안에서 끔틀대고, 6살 나의 그늘 안에서 40대 중후반이 된 내가 살고 있는 현실(reality)을 직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나를 용서하고, 6살의 나를 자유롭게, 어린이답게 놓아주었다. 이러한 자유로움 속에서 상처투성이였던 아버님의 삶과 아버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눈물을 흘렀다.

아이와 나
김결(초등 6)은 다행히 부모의 사랑을 느끼면서 산다.
부모와 아이를 보며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마음보다 -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는가, 하지만 아이가 느낄 수 있는 사랑을 주는 부모는 얼마나 적은가 - 아이 스스로 느껴지는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아이를 통해, 아이와 함께 살면서 아이를 참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기 전에 내가 사람이 되는 과정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에니어그램의 질문
What does it happen to me, again?

왜 우리는 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안하고, 안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하면서 살까?
왜 나는 나의 함정에 빠져 나의 삶과 관계에서 실수를 반복할까?
왜 우리는 이렇게 속좁게, 자기에 갇혀서 살까?

에니어그램에서는 먼저 '나 자신을 알라‘고 한다.
나 자신을 아는 과정, 그래서 내가 향상되는 지시등을 인식하는 과정이 에니어그램이다.
나에게 없는 것을 붙잡으려고 바둥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정확히 알고, 나에게 있는 것을 조금씩 향상시켜가는 것, 보다 나은 통합의 방향으로 살려고 다짐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컴퓨터를 잘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듯이, 자동차를 잘 알아야 바르게 운전할 수 있듯이 나를 잘 아는 것이 새로운 출발점이다.

우주의 일부인 나를 소중히 하기
우리 몸은 소우주이다. 지구 표면의 2/3가 물이고, 우리 몸의 2/3도 물이다. 지구에는 오대양 육대주가 있고, 우리 몸에는 오장육보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의식은 우주와 통한다.

그런데 우리를 움직이는 지성, 감성, 본능이 서로 충돌한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본능과 느낌, 본능과 생각이 따로 논다.
이것을 통합하는 것, 지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하면 우리는 우주 의식의 문에 들어선다.
이 문의 기초는 나만 잘되려는 욕망, 내 식구만 사랑하는 것, 이 감옥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일찍이 우주의식에 도달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느낌은 - 시공간이 제한된 시각적 망상에 의해 - 우주와 분리된 존재로 스스로를 경험한다. 이러한 망상은  개인적 욕망, 자기와  아주 가까운 소수의 사람에 대한 감정으로 우리를 제한하는 감옥이다. 우리의 의무는 모든 살아있는 피조물과 본래의 아름다움 안에 있는 자연계 전체를 끌어안는 뜨거운 동정심으로 우리를 감옥으로부터 자유케 하는 것이다.”
“As a human  being is a part of the whole, called by us "universe" - a part limited in time and space, he experiences himself, his thoughts and feelings, as something separate from the rest, a kind of optical delusion of his consciousness. This delusion is a kind of prison for us, restricting us to our personal desires and to affection for a few persons nearest to us. Our task must be to free ourselves from this prison by widening our circle of compassion to embrace all living creatures and to the whole of nature in its beauty.”

현실에서, 계산적인 관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이제 그 기계적인 삶의 껍질을 벗고 우주로 한걸음 다가가는 길, 그 넓고, 크고, 아름다운 삶의 길을 손을 맞잡고 걷자.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그렇게 우리를 축복하자.

P.S. 상업화 = 본래적 의미의 상실
몇 년 전부터인가 에니어그램이 유행하고, 기업교육으로까지 채택되면서 급속히 에니어그램이 상업화되고 있다.
평소 Y실무자들도 에니어그램을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작년 중순 평생학습센타에서 민간단체에 에니어그램 강사를 무료로 파송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다.
매일 정신없이 바쁜 5년 이상된 실무자들을 설득해서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내어 8회 강좌를 진행했는데....허걱, 완전 장사꾼이네.
에니어그램 전문강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영성수련이 아니라 약장수 수준의 그저그런 문화센터 강사에 불과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프로그램과 강사가 넘쳐난다.
에니어그램을 한국에 처음 도입했던 김영운 목사님의 말씀처럼 권력, 돈, 명예에 초월하지 않으면 (돈벌이 되는) 자격증의 위험성을 재삼 느끼는 그런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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