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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4대강: 진실을 알아야 거짓을 이긴다

강은 살아있다.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
최병성 지음, 황소걸음

진실을 알아야 거짓을 이긴다.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었다. 권력이 앞장선 거대한 개발사업으로 강은 파헤쳐지고, 농민들은 쫓겨난다. 그 막무가내 개발 앞에 분노와 절망이 가득하다.

하지만 저자인 최병성 목사는 말한다.
“진실을 알아야 거짓을 이긴다. 막연한 반대는 힘이 없다.”라고,
그 스스로가 4대강 사업을 알면 알수록 그 안에 감춰진 거짓이 점점 커 보이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1994년 6월부터 강원도 영월 서강가에서 살면서 “강물이 내 몸을 흐르는 핏줄”이라고 느끼던 저자는 지난 2년 4대강을 발로 뛰며 “이전에 모르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추천사에서 수경 스님이 “아름다움과는 멀어져가는 현실을 비추는 아름다움”이라고 쓰셨듯이 4대강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거짓된 4대강 개발논리에 대한 분노가 대비되어 섞여있다. 발품을 판 자료와 근거로 4대강 사업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4대강의 모델이라는 한강 vs 선진국의 강살리기

“여의도에서 한강 유람선을 탄 한 외국 학자가 잠실에서 내렸다. 실망스런 표정으로 이걸 왜 타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넓은 강물은 보았는데 양 옆에 는 온통 콘크리트 제방과 아파트, 굵은 다리 기둥과 돌출된 고가도로뿐, 역사도 문화도 경치도 없더라는 말이었다.”     (본문 중에서)

반면 선진국의 강살리기는 인공 호안과 제방을 뜯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 책에는 독일의 이자강 살리기, 스위스의 투어강 살리기, 미국의 에버글레이즈 습지의 생태복원과 키시미강가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글,
“키시미강을 운하로 만드는 비용은 3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강으로 복원하는데는 3억달러로 10배에 이르는 대가를 지불한다. 에버글레이즈 습지의 복원 계획은 30년간 100억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다.”     (본문 중에서)

일자리 창출, 글쎄요?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3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청년실업, 40~50대의 조기퇴직, 지나친 자영업 비율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일자리 문제는 핵심적인 사회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논리에 저자는 한국은행의 통계를 슬쩍 들이대는 기지를 발휘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란 한국은행이 5년마다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우리나라 산업 연관표라는 통계로 매출액 10억 원당 취업 계수를 말합니다. 이 표에 따르면 토목 건설업이 8.7명으로 제조업(4.2명)보다 2배 높습니다. 그러나 농업(60.1명), 축산업(37.8명), 도.소매업(35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교육(19.3명), 보건.복지(13.8명), 문화.오락(14.2명) 분야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4대강 토목 사업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입니다.”      (본문 중에서)

그러면서 저자는 80년전 뉴딜정책이 성공한 것은 토목공사 현장이 기계화되지 않은 시절이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홍수피해와 수질개선, 4대강 사업과 무관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가 예방되고,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하고 있는데 두 토막만 살펴보자.

“태풍 루사 때 전국 하천의 제방 피해가 총 453건 발생했는데, 이중 4대강이 포함된 국가하천의 제방 피해는 3건으로 0.66%에 불과합니다. 태풍 매미 때도 전국의 제방피해가 총 110건 발생했는데, 이중 국가하천은 놀랍게도 1건입니다.”  (본문 중에서)

“서울시는 하수도 보급이 99.9% 완료되었지만, 전남(61.6%), 전북(73.2%), 경북(63.2%), 경남(78.1%) 등 낙동강, 금강, 영산강 주변은 하수도 보급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본문 중에서)
그래서 저자는 수질을 개선하려면 하수도 보급률을 높이고, (안양천을 예로 들며) 지천과 샛강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봇 물고기? 잠망경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4대강 사업의 논란 중 단연 으뜸은 홍보영상에 등장한 로봇 물고기 였다. 정부는 한국이 수질을 개선하는 세계 1위의 기술을 가졌다고 자랑하며 (1대당 약 4000만원 하는) 로봇물고기를 등장시켰고, 실효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그런데 저자는 잠실 수중보의 잠망경 사진을 덧불이고 있다.
“안내말씀 - 관찰 잠망경이 수해로 파손되어 관찰이 불가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정비하여 관찰하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사오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허걱...로봇물고기는 커녕, 잠실 수중보에 물고기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설치한 잠망경 하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농토를 자전거도로로 만드는 이상한 나라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7%, 이 말은 73%의 수입농산물을 우리가 먹고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농사짓기에 가장 기름지다는 하천변 농경지가 자전거도로로 바뀐다.

“농사가 금지되는 하천변 농경지는 무려 1만 7750ha(약 5370평)입니다.
4대강변 농경지에서는 주로 잎사귀 채소류처럼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식량이 재배됩니다. 부여보가 설치되는 충남 부여군 세도면은 전국 방울토마토 생산량의 13%를 차지합니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승촌보 건설 현장은 국내 최대 미나리 산지입니다. 팔당 유기농단지는 서울과 수도권 시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합니다.“   (본문 중에서)

반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자전거 교통사고 특성 분석’(2009년 7월 26일)에 따르면 2003~2007년 전체 교통사고는 12.1% 줄어든 반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45.2%나 증가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그래서 저자는 제발 농토는 놔두고, 시내에 자전거도로를 만들라고 권한다.

상식이 비상식이 된 세상

4대강 사업을 보면 상식은 비상식이 되고, 몰상식을 상식으로 강요하는 것 같다.
정부는 절차와 과정은 생략한채 밀어붙이기에 급급하고, 토론은 회피한채 (국민 혈세를 들인) 홍보영상만 틀어댄다.

하지만 이 책이 토해내는 슬픔과 분노, 아픔과 외침은 저자만의 것은 아니다.
진실과 생명의 울림이 있는 곳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되나니,
우리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깊이 알수록 거짓을 물리칠 힘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