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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결이야기

고맙다. 회초리

고맙다. 회초리


체벌과 관련된 교육적 이론은 상반된다.
“사랑의 매라는 것은 없다. 폭력만이 있을 뿐이다.”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자기 중심적이고,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느니 체벌을 해서라도 올바른 습관과 버릇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적으로 어느 이론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체벌을 안하는 부모가 꼭 좋은 부모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아이들이 다섯 살 무렵부터 체벌과 관련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충분한 대화가 가능한 연령이 되기 전까지(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3학년까지로 정했다.) 꼭 필요한 경우 회초리를 사용한다.

둘째, 부모의 감정으로 회초리를 들지않고, 교육적인 경우에 한한다.

셋째, 감정이 겪하다고 손이나 발을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회초리를 사용한다.(아무리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감정으로 손이 올라가 몸과 몸이 폭력적으로 부딪힌 경우 아이는 큰 수치심을 느끼고 부모 역시 안좋은 감정이 오래남는 것 같다.)

넷째, 회초리를 사용할 경우 아이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설명한 후 잘못에 상응하는 정도의 체벌을 가한다.

다섯째, 체벌을 가한 후 아이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벌을 받았을뿐 자신이 부정되고, 거부당한 느낌은 들지않도록 잠자리에 들기 전 마음을 풀어준다.  

(처음부터 이런 원칙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회초리를 보자기로 싸고, 끈으로 묶어 놓았다.

뒤돌아봐도 이것은 참 잘한 일인데
부모입장에서는 체벌을 할 이유가 있어도 끈과 보자기를 풀면서 겪한 감정은 정리된다.
그러면 좀더 냉정하게 교육적인 측면에서 아이와 대화하고 (아주 드물게) 체벌할 수가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회초리를 꺼내고 끈을 푸는 순간 긴장은 고조되고, 대부분의 경우 잘못을 수긍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실제로 초등학교 2학년까지 (회초리를 꺼낸 경우는 일년에 한번 정도 되지만) 실제로 체벌로 연결된 경우는 김산 2차례, 김결 1차례에 불과한 것 같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초등학교 6학년인 김결이 아빠에게 수학문제 풀이를 도와달라고 하더니....
아빠가 하는 말이 맘이 상했는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갑자기 격하게 울기 시작한다. (조금 그대로 놔두었더니) 문제풀이집을 휙 던지더니 자기 방으로 가서 또 울기 시작한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조금 있다 해도 좋으니 어쨌든 약속한 곳까지는 하라고 했더니 자기는 안하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이 때 (아빠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김결을 거실로 불러들인 후 회초리를 가져온다.
회초리 끈을 푸는 과정에서 아빠 감정 조금 식고, 김결 말하기 시작하고....(시간이 조금 지난 후) 김결 수학을 다시 시작한다.

아이는 금방 헤헤 거리며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어른들은 오래 남죠. 그래서 아이와 싸워봤자 어른만 손해입니다.
그런데 저....끈으로 묶어놓지 않았으면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나서) 체벌할 뻔 했어요.
때려서 무슨 문제가 해결되겠어요. 서로 마음만 상하고, 관계만 멀어지지...
하지만 회초리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드네요.
(작년에 버리려고 했는데 안버리기를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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