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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홍콩통신 (1)

YMCA 아시아 간사학교 이야기

 2008년 10월 26일(일) 오후 2시, 처음 방문한 홍콩(HongKong)은 공항을 나와 시내로 가는 길이 높은 빌딩 숲으로 덮여있습니다.
산이 많고, 평지가 적은 탓인지 공항에서부터 시작된 빌딩 숲은 해변을 따라 쭉 이어져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상가만이 아니라 아파트도 고개가 아플 정도의 고층이어서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인지, 비인간적인 조건인지 헷갈리게 합니다.
 홍콩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때가 가을인 11-12월이라고 하는데 이곳 날씨는 생각보다 더워서 우리의 여름(홍콩 분에게 물어보니까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랍니다.)이고, 온대지방의 나무가 무성합니다.

 제가 5주 동안 지낼 우콰사 캠프장(Wu Kwai Sha Youth Village)은 낡고, 습도가 높은 곳에서 나는 쾌쾌한 냄새(그래도 모기 때문에 문을 열어놓을 수 없습니다)는 불쾌하지만 바로 옆이 바다이고, 새가 많아 아침이면 다양한 새소리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이번 간사학교 참가자는 중국 1명, 인도 1명, 미얀마 1명, 스리랑카 1명, 홍콩 1명, 필리핀 2명, 대만 2명, 한국 2명 외에 남미 아르헨티나 1명, 아프리카 가나 1명이 아시아태평양YMCA의 지도력교류 프로그램으로 참가해서 10개 국가, 13명의 간사들이 정말 다양한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5주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27일(월)과 28일(화) 양일은 Life-Moments로 이루어져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과 YMCA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이 자기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영어능력에 따라 전달력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사진 또는 자기 나라 특유의 노래를 사용하여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저와 같은 코티지(Cottage)를 쓰는 코비(가나), 제시(대만), 로저(스리랑카)입니다. 어디를 가나 스승이 있다고 하던데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대만(Taiwan)의 제시가 이번에는 저의 스승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20년 넘게 대만(Taiwan)의 타이충(Taichung)YMCA에서 일하고 있는 간사인 데, 원래 사무보조로 들어와서 행정파트(Administration Department)의 중요한 위치로 조금씩 나아가 현재는 지회 관장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50대 중반인데 정말 성실하고, 부지런할 뿐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이고, 따뜻하게 주위를 배려해줍니다.

 코비는 가나(Ghana)YMCA 연맹에서 주로 청소년활동을 하는 친구인데 아프리칸 특유의 에너지가 넘치는 쾌활한 친구입니다. 로저는 스리랑카 니곰보(Negombo) YMCA의 젊은 사무총장입니다. 9년 전 회원 50여명이 있는 니곰보 지역이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에서 유일하게 기독교인이 많은 지역이라는 이유로 연맹에서 사무총장으로 보냈는데 달랑 책상 하나에 급여도 제대로 못 받고 몇 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Life-Moments를 하면서 저에게 가장 큰 화두가 된 것이 관리(Management)와 운동(Movement)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도는 YMCA가 600개나 된다고 하고, 이번에 참가한 간사도 호텔경영을 총괄하고, MBA를 전공했습니다. 인도, 일본, 대만, 중국 같은 나라들이 관리능력이 상당히 발달한 반면 그 규모에 비해 운동은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관리도 상당히 중요하고, 부천Y 역시 관리를 잘 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관리에만 치중하고 운동이 실종되면 정말 YMCA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은 하지 못하고, 새로운 도전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Life-Moments 중 스리랑카 수도에 있는 콜롬보(Colombo)YMCA 이야기가 나왔는데 콜롬보YMCA는 스리랑카에서 처음 생겼고 규모도 크고, 영향력도 크지만 몇 년 전부터 소수 몇 명이 YMCA를 장악하면서 의미있는 활동은 전혀 못한다고 합니다. (서울YMCA도 마찬가지이지요) 흥미있는 것은 콜롬보Y는 모든 프로그램을 영어로 진행한다고 해서 “영어 수업은 모르겠지만 왜 모든 프로그램을 자기나라 말을 안 쓰고 영어로 진행하냐?”고 물으니까 스리랑카의 상류층이 주로 영어를 사용하고, 콜롬보Y도 상류층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이 다른 계층과 섞이지 않는 수단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콜롬보Y에서는 이사회도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아예 들어올 수 없다고 합니다.

 사실 저 역시 영어가 이번 프로그램에 오게 된 주요한 동기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은 전혀 다릅니다. 저는 일상적인 대화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영어능력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론이나 회의에 참여할 수준은 안 되지요. 제가 연맹에 있을 때는 아침에 한 시간씩 규칙적으로 영어공부를 하다가 부천에 오면서 훨씬 중요한 것이 많기 때문에 중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5~7세 유아들도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가족이 떨어져 살면서까지 영어공부를 시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렇게 돈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공부해도 영어가 된다는 것, 영어는 단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더 노력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를 알아듣기 시작하면 그토록 영어를 잘하는 인도, 필리핀 사람들(인도와 필리핀의 많은 사람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인도와 필리핀이 아시아에서도 특히 영어를 잘하다보니까 예로 들게 되었습니다.)이 얼마나 쓸데없는 말만 하는가를 알게 되고, 실제적인 내용은 없는 관용구와 미사여구로 가득 찬 언어를 분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과장된 언어를 듣다보면 우리의 영어공부 현실이 떠오릅니다. 실제 원어민(Native)이 들을 때 영어는 어눌해도 자기생각과 목소리가 명확하고, 내용이 있는 사람과 영어는 잘 하지만 아무 내용도 없이 온갖 관용구와 실체 없는 말잔치로 일관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의 영어교육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조금 깊게 생각하면 자신의 생각과 말의 바탕을 이루는 지식과 사고능력은 살아가는데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영어능력 역시 중요하지만 삶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물론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본질적이고,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인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좀 여유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일부터는 아시아의 종교적 다양성 속에서 신학의 문제를 다루게 됩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추신 1) 제가 참가한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26th Advanced Studies입니다 하지만 편의상 한국에서는 아시아 간사학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 각 나라에서 온 참가자의 고유 이름이 서로 외우기 어려워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